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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 커피향미분석표 공부하기

오늘은 바리스타들이 한 번쯤은 봤지만, 잘은 모르는 SCA 커피향미분석표(Coffee Taster's Flavor Wheel)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쉽게 써내려 갈 테니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스페셜티란?

커피향미분석표(Coffee Taster's Flavor Wheel)
커피향미분석표(Coffee Taster's Flavor Wheel)

SCA는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앞글자를 딴 약자입니다. SCA는 커피 협회로 커피를 공부하는 바리스타들에게 일반 자격증보다 조금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만큼, 수준 높은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스페셜티 커피를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페셜티가 마케팅 용어로써 사용 중이기에 커피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도 이제는 친숙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스페셜티 커피란 무엇일까요? 정의는 사실 간단합니다. 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커핑을 통해 평가해 80점이 넘는 점수를 획득하면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그렇다면 스페셜티 커피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할까요? 아쉽게도 생두가 상향 평준화된 지금은 일부 커피만 그럴 뿐,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80점이라는 숫자가 명시되어 있어, 스페셜티 커피를 검증하는 일이 신뢰도가 크다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평가하는 기관마다 점수를 줄 때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그 외에도 이미 예상 가능한 문제들이 넘쳐납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80점이라는 점수보다 중요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속가능성과 추적가능성(투명성)입니다.

지속가능성은 요즘 자주 나오는 ESG 경영과 궤가 비슷합니다. 단순히 커피 체인에 연관된 '사람'에 대한 부분만 말하는 것이 아닌,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후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50년 후에는 더 이상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이야기 있을 정도로 환경 이슈는 코 앞까지 다가와 있습니다. 실제로 저고도에서 발생하는 커피 전염병이 점점 고도를 상승하며 발생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한 축으로 삼아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스페셜티입니다. 해서 스페셜티 카페를 전면에 내세우는 카페들은 친환경 테이크 아웃 용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추적가능성(투명성)입니다. 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 카드를 함께 주는 카페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원두카드를 보면 손님 입장에서 맛에 대한 정보만 주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원두 카드에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두명 / 농장주 / 고도 / 프로세싱 / 테이스팅 노트 / 수상실적 등등. 왜 이런 것을 적어놓을까요? 앞서 말한 소비자가 원재료의 출처를 투명하게 알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기로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저렴한 가격에 삼겹살을 파는 가게는 '삼겹살 1인분 8,000원'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반면에 비싼 고깃집을 가면, 고기의 등급부터 부위까지 전부다 공개가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추적가능성(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커피를 우리는 스페셜티라고 합니다.

 

산미, 향미 vs 단맛, 바디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를 알아봤으니, 이제 커피향미분석표를 보며 커피 맛이 어떤 식으로 나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커피 맛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바로 산미, 향미와 단맛, 바디입니다. 

 

산미를 대부분 신맛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맛만 난다면, 그것은 산미가 아닙니다. 커피에서 말하는 산미는 신맛+단맛으로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또한 커피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로마나 향과 맛을 향미라고 하는데, 산미, 향미를 떠올릴 때 과일을 연상하면 한결 이해가 빠릅니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과일은 떫거나 신맛이 납니다. 커피에서도 산미, 향미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할 때 동일하게 떫거나 신맛이 납니다.(이것을 과소 추출이라 합니다.) 반면에 잘 숙성된 과일을 맛보면 우리는 보통 상큼하다. 달콤하다. 새콤하다 등으로 맛을 표현합니다. 이 표현들의 공통점은 단맛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커피도 그렇습니다. 맛있는 커피 한잔은 단맛을 충분히 품은 상태에서 과일, 꽃의 향과 산미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맛, 바디는 무엇일까요? 단맛은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생략하고 바로 바디로 넘어가겠습니다. 카페를 방문하면 A타입 / B타입 아메리카노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럴 때 주로 아래와 같은 원두 설명이 적혀 있을 겁니다.
A 타입 : 밝은 산미, 복합적인 향미의 ㅇㅇㅇ을 원두를 블렌딩 한 커피
B 타입 : 다크하고 고소하고 묵직하고 ㅇㅇㅇ 한 커피
카페에 늘 이런 식의 설명이 스테레오 타입처럼 적혀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디를 무게감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디는 정확히 말하면 질감에 대한 표현입니다. 입에 물, 주스, 우유, 요거트를 머금었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에서 요거트 순으로 바디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커피향미분석표 활용법

지금까지 설명으로 전제가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면 커피향미분석표는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커피향미분석표는 간단히 말해 맛과 향에 대한 공통의 커피 언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음을 하고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를 살펴보며 맛과 향을 찾습니다. 또한 자신이 찾은 맛과 향을 다른 시음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툴이자 분석 도구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 생각하며 현장 바리스타들은 다른 툴을 개발하거나 빌려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희 역시 SCA 커피향미분석표보다 더 실용성과 현실성이 높은 카운터컬처커피의 플레이버 휠을 주로 사용합니다. 참고하실 분은 다운로드하셔서 유용하게 사용하시기 바라겠습니다.

CCC_FlavorWheel_Korean&English.pdf
0.81MB

 

 

오늘은 SCA 커피향미분석표를 토대로 스페셜티 및 커피 맛의 분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하셨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