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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bica Kyoto(아라비카 교토)는 왜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는가?

아라비카-커피
아라비카 커피

% Arabica Kyoto점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응커피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커피 맛과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보이는 모든 곳과 MD에 로고가 박혀 있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한데, 저 바쁜 매장에서 왜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는지 궁금해지더군요. 물론 답은 오너만이 알겠지만, 제가 내린 결론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미니멀리즘

일본의 미니멀리즘이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퍼진 지도 참 오래되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불필요한 물건과 일을 줄여, 생활을 단순화시키며 나아가, 남은 시간을 더 중요한 부분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즉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효율성을 극도로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라비카 커피 홈페이지에도 설립자가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는 것을 직접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한데 아라비카 커피는 슬레이어 머신과 메져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패들형 에스프레소와 수동 그라인더는 애초에 효율성과는 거리가 아주 먼 조합입니다. 

 

오모테나시 

일본 여행을 가면 어딜 가나 과할 정도로 친절한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일본 특유의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오모테나시 문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오모테나시 문화는 정확하게 미니멀리즘과 배척점에 있습니다.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효율적이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택시를 잡아줍니다. 심지어 직접 짐을 실어주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 숙여 인사도 합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동받을 일이지만, 이런 행위가 일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감동을 받아 다시 매장을 이용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즉,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퍽이나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정확히 그 반대로 작용하여 손님이 끊이지 않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일을 효율적으로 해도 소비자가 없으면 그 사업은 영위할 수가 없을 테니까, 역으로 생각하면 오모테나시야말로 궁극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일환일 수 있습니다.

 

아라비카 커피와 수동 그라인더

청수사 앞 아라비카 커피는 손님이 정말 많습니다. 저 지점에서 나오는 하루 매출로도 충분히 최고급 전자동 그라인더를 몇 대는 구매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제가 생각한 이유는 바로 위에서 말한 수동 그라인더 자체가 아라비카 커피의 오모테나시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라떼아트처럼 일종의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것도 같습니다. 물론 추론일 뿐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눈앞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지속가능한 궁극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오모테나시의 미묘한 접점이 바로 저 수동 그라인더가 아닐까 하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여러분의 카페는 어떤가요? 효율을 추구하다 보니, 퍼포먼스나 정성, 친절이 상대적으로 가려지진 않았나요? 아라비카 커피가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만의 오모테나시를 찾아서 본인 카페에 잘 적용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