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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커피와 논란 알기 쉽게 이해하기

가향커피는 현재 커피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가향커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효, 혐기성 효모 등 복잡한 개념이 잔뜩 따라와서, 개념을 잡기 힘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알기 쉽게 가향커피와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가향커피 탄생 배경

'엘파라이소 리치'로 가향 커피를 처음 접한 분들이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가향커피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향커피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헤이즐넛 향이 잔뜩 나는 원두도 저는 가향커피의 한 줄기라고 생각을 하는 입장이니, 제 생각에 동의한다면 가향커피는 참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죠.

그렇다면 왜 가향커피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떼루아가 가지는 한계, 지구온난화, 커피 열매가 가지는 특성, 커피 농장의 경제 여건 등 많은 것이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커피가 아니더라도 쉴 새 없이 농작물을 심고 수확을 반복하면 토지는 힘을 잃게 됩니다. 힘을 잃는다는 것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또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며 저고도에서 발생했던 Roya 같은 커피 녹병이 점점 높은 고도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커피 농장은 생계에 큰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생두는 1년 만에 상품화시킬 수 없는 특성을 가졌습니다.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거나 농사법을 시도한다 해도 3~4년을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소작농들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맞물려 가향커피가 이토록 많이 생두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을 조금 덧붙이면, 농사짓는 입장에서 3~4년의 기회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가향을 통해 맛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며 더 고가로 판매할 수 있다면,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가향커피의 세 가지 구분

저는 가향커피를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1. 무산소 발효
2. 효모균을 활용한 발효
3. 화학첨가물을 활용한 발효

발효 방법을 굉장히 거칠게 나눠놓은 것이기도 하고, 하나하나 설명하면 지문이 너무 지루해져 발효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대체로 1번과 2번은 커피인들 사이에서 관대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다만, 3번이 문제입니다. 화학첨가물로 인공적인 맛을 내었음에도 농장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3번이 문제가 될까요? 그것은 바로 스페셜티의 철학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축인 추적가능성 즉,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학첨가물을 활용하여 인공적인 맛을 쉽고 적은 비용으로 냈다면 당연히 이를 명백히 밝히고 가격에 반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농장에서 거짓말을 하고 비싸게 파는 행위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는 스페셜티의 철학에 앞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기에 문제가 되었습니다.

 

착즙주스와 쥬시쿨과의 비교

커피는 역사가 짧습니다. 결국 일어나야 할 문제가 일어났다는 생각입니다. 생과일 착즙주스가 쥬시쿨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는 것을 모두 아실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쥬시쿨은 화학첨가물을 이용해 생산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가향커피도 쥬시쿨처럼 저렴하게 팔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이 부분에 커피인들이 분개하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가향커피 논란은 지금과 같은 진통을 겪으며 일반 음료 시장처럼 자연스레 정착될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꼭 그래야 하고요.) 다만, 최전선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도 문제 인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부분을 WBC 대회 규정에서 해석의 여지를 줘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더 혼돈을 주는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향커피 논란을 최대한 쉽게 설명드렸습니다. 각자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커피인도 있다 정도로 생각해 주시고 각자 생각을 정리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