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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인더는 문제가 없다.

그라인더가 고장 난 것 같다는 이야기는 거래처로부터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분쇄도를 조절했는데, 추출시간의 차이가 예상대로 발생하지 않았을 때 그라인더를 의심하는 사장님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라인더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2가지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그라인더 고장을 의심하는 커피 초보자

커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그라인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고장을 의심합니다. 에스프레소용 원두 그라인딩시 굉장히 고운 입자로 갈립니다. 고운 입자는 분쇄되자마자 나오질 못합니다. 너무 고와서 정전기로 인해 그라인더 내부의 통로와 벽에 달라붙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드립 그라인더는 대부분 챔버가 따로 없습니다. 분쇄도가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보다 훨씬 굵기 때문에 위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라인더는 분쇄된 원두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챔버라는 공간을 내부에 따로 만들어 둡니다. 이 챔버가 돌아가면서 미리 분쇄된 원두를 보내는 구조라고 먼저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해 지금 분쇄하는 원두가 곧바로 나오는 시스템이 아닌 전에 분쇄했던 챔버에 미리 쌓여 있는 원두가 먼저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그라인더를 분해해서 청소하다 보면 자연스레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라인더마다 챔버의 크기는 조금씩 다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상업용 그라인더는 챔버에 약 40g 정도 원두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분쇄도를 조절하면 전에 분쇄되어 챔버에 보관되어 있는 원두 40g 정도를 버려준 후에야 조절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그라인더 구조에 대해 이해를 못 한 경우 그라인더 고장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라인더 고장을 의심하는 커피 숙련자

오늘 주제의 핵심 내용입니다. 나름 하이엔드 머신을 사용하며 20kg마다 그라인더 분해 청소도 꼼꼼히 해주고, 매번 0.1g까지 맞춰서 원두를 도징하며 커피를 추출하는데도, 추출시간이 조금씩 달라 그라인더가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놓쳤던 변수들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탬핑 및 디스트리뷰터 툴의 강도에 따른 추출시간 차이 발생

탬핑을 강하게 하면 할수록 추출시간은 느려집니다. 커피파우더의 밀도값이 높아지며 저항이 전보다 크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탬핑을 전자동 탬퍼로 하거나, 포터필터에 걸려 더 내려가지 않는 툴을 쓰지 않는 이상 탬핑의 강도가 추출시간의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됩니다. 이와 비슷하게 디스트리뷰터툴을 돌리는 힘의 속도도 추출시간의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돌리는 힘의 속도가 느리면 느릴수록 커피 추출은 빨라집니다. 역시 저항이 적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해서 디스트리뷰터로 탬핑까지 한번에 하는 매장은 남자 직원이 추출할 때 30초에 추출되던 커피가 여자 직원이 추출하면 20초 만에 커피가 추출되기도 합니다. 힘의 차이로 인한 밀도값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룹헤드와 포터필터의 각도 차이

포터필터는 사용하면 할수록 마모가 됩니다. 그룹헤드와 포터필터는 볼트형 구조로 새 머신이라면 90도까지 돌리는 것도 힘들지만, 계속 사용을 하면 90도를 훌쩍 넘어 오른쪽으로 상당히 많이 돌아가는 현상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상대적으로 덜 돌아간 포터필터는 헤드스페이스가 비교적 넓게 확보가 되고, 많이 돌아간 포터필터는 헤드스페이스가 비교적 조금 확보가 됩니다. 헤드스페이스는 샤워스크린과 커피 파우더 사이의 공간을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차이로 인해서도 추출시간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헤드스페이스가 좁으면 좁을수록 커피 추출 속도는 느려집니다. 넓을수록 반대로 커피 추출속도는 빨라지고요. 이런 변수 역시 미세한 차이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룹별 유량차이

2그룹 이상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그룹별로 유량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새로 구입한 머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는 머신의 구조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3그룹 머신을 예로 들자면, 3그룹은 에스프레소의 모터펌프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습니다. 모터 펌프와 가까운 3그룹은 물을 보내는 관이 가장 짧고 압력은 높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2그룹과 3그룹이 1그룹에 비해서 커피 추출이 느린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이건 스케일의 문제와 별개입니다. 매일 백플러싱을 꼼꼼히 해줘도 에스프레소 머신은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10초 동안 그룹별 유량을 체크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량이 적은 곳이 커피 추출이 가장 빠를 겁니다.

 

플로우미터 구조상 변수

에스프레소 머신은 보통 일정한 용량을 추출하도록 설정해 놓고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36g을 추출하도록 설정을 해놓는다 가정하면 매번 36g이 딱 맞게 추출되지 않습니다. 이 안에도 물론 여러 변수가 있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바로 플로우미터 구조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머신마다 다르지만, 매번 재보면 33~39g 정도 즉 +_2~3g 정도의 오차는 늘 발생합니다. 일일이 수동으로 내려주지 않는 이상 이 정도 오차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지정한 추출량보다 적게 나오면 추출시간이 짧을 테고 많이 나오면 추출시간도 길어집니다. 

 

오늘은 추출시간의 차이를 그라인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다양한 변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행위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변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기에 알면 알수록 커피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