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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타임 때 유독 산미가 도드라집니다.

물음. 피크 타임 때 산미가 도드라집니다. 그라인더를 바꿔야 하나요?

 

피크 타임 때 그라인더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대응법

러시가 몰리는 점심시간과 주말 특정시간대에 쉴 틈 없이 커피를 추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질문을 한 해당 거래처는 콤팍 중상급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업체이며, 보급형이나 저가형 그라인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원두 분쇄를 쉼 없이 해주면, 그라인더의 날은 지속된 마찰로 인해 발열이 됩니다. 뜨거워진 날은 분쇄를 하며 원두의 휘발성 아로마에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커피 추출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즉 추출의 측면에서는 빠른 추출 시간으로 인해 과소추출의 뉘앙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럴 때는 계속 그라인더의 분쇄도를 곱게 조여가며 대응을 해줘야 합니다. 

질문을 했던 거래처는 산미가 도드라지는 부분을 그라인더 문제로 인식했고, 그라인더 추가 구매 혹은 상위모델로 변경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질문을 했는데, 사실 피크 타임에 산미가 도드라지는 문제의 핵심은 그라인더가 아닙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한계

사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온도 보정력이 추출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추출로 새로운 물을 보일러로 끌어다 쓰며, 설정한 온도에 닿지를 못했는데, 또 추출을 해야 하니 이러한 문제가 악순환으로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머신의 온도가 낮아지고 커피를 충분히 녹여내지 못해 결국 과소 추출의 경향을 띄게 되는 것입니다.

 

전에 거래처 중 한 곳은 제일 잘될 때 하루 매출이 1,500만 원이 나오며 라마르조꼬 하이엔드 머신과 전자동 머신까지 구비를 해둔 상태임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라인더는 코니컬 버여서 발열에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저 정도로 커피를 팔면 위에서 설명한 이유들로 인해 산미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인 대응책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비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저 정도의 판매를 유지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돈 안 쓰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지 않은 메뉴를 강화시켜야 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커피를 강조하고 싶은 매장이라면 현실적으로 콜드브루 메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입니다.(저 정도로 바쁜 매장에서 필터 커피는 애초에 고려해서도 안됩니다.) 커피가 아닌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음료 메뉴를 비주얼적으로 훌륭하게 풀어서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 다른 대응법도 있습니다. 천연 방부제인 '자몽종자추출물'을 활용해서 에스프레소를 한가한 시간에 잔뜩 추출해 놓은 후 시럽이 들어가는 베리에이션 커피 메뉴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 자몽종자추출물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서 늘 느끼지만,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문제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설명한 내용처럼요. 아는 만큼만 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혹시나 같은 문제로 고민이신 커피인들이 있으시다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